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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사물 사이에 놓인 거리와 간격,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감정의 온도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김혜경 작가
김혜경 작가의 작업에는 책과 화병, 식물과 동물처럼 익숙한 대상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개별적인 사물을 설명하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가 한 화면 안에서 만나고, 멀어지고, 겹쳐지는 순간에 주목합니다.
김혜경 작가의 작업은 사물과 사물 사이, 사람과 세계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의 순간에서 출발합니다.
작가는 대상 자체보다 그들이 놓인 거리와 간격을 바라봅니다. 화면 안의 사물들은 서로 닿아 있기도 하고 떨어져 있기도 하며, 각자의 위치를 통해 조용한 긴장과 균형을 만들어냅니다.
비어 있는 공간 역시 단순한 배경으로 남지 않습니다. 사물 사이의 여백은 관계가 형성되는 하나의 영역이자, 관람객의 시선과 감정이 머무는 공간이 됩니다.
김혜경 작가의 〈정물 사이의 온도〉 연작에는 화병과 식물, 서로 다른 크기의 사물들이 절제된 화면 안에 배치됩니다.
사물의 크기와 위치, 서로를 향한 방향과 거리는 화면 안에 미묘한 감정의 온도를 형성합니다. 가까이 놓인 대상에서는 친밀함이 느껴지고, 일정한 간격을 둔 사물 사이에서는 조심스러운 긴장과 기다림이 읽힙니다.
화면의 여백은 비어 있는 부분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이 서로를 인식하고 관계를 맺는 공간입니다.

김혜경 작가는 비단 위에 분채를 여러 번 쌓아 올리며 사물의 형태와 표면을 완성합니다.
비단의 투명하고 부드러운 성질 위로 색이 천천히 겹쳐지면서 사물의 형상은 선명해지는 동시에 주변 공간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화병과 책, 식물과 작은 오브제는 분명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화면 안에서 독립된 대상으로 머물지 않습니다. 재료의 흔적과 색의 층은 작품 안에 축적된 시간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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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작가의 화면에서 사물은 고정된 대상이 아닙니다.
각각의 사물은 서로의 위치와 크기, 겹침과 간격을 통해 새로운 관계와 감정의 균형을 형성합니다. 하나의 화병은 주변에 놓인 다른 화병과 책, 식물의 존재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와 인상으로 다가옵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사물들은 단순한 정물의 소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과 관계를 대신해 보여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김혜경 작가는 사회적·정서적 대립 속에 놓인 경계를 바라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풍선은 가볍고 밝은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실 끝에는 현실적인 무게를 지닌 대상이 매달려 있습니다.
가벼움과 무거움, 희망과 불안, 상승과 추락은 서로 반대되는 감정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화면 안에서 동시에 존재합니다.
작가는 단절과 적대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교류와 소통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김혜경 작가가 바라보는 경계는 서로를 명확하게 나누는 하나의 선이 아닙니다.
선과 면은 여러 겹으로 포개지고, 사물과 식물의 형상은 구조 사이를 오가며 서로의 영역 안으로 스며듭니다.
화면 안의 인물과 동물, 사물은 각각 분리된 존재로 보이지만 하나의 서사를 이루며 연결됩니다.
이들은 경계 위에서 가벼움과 무거움, 안과 밖, 익숙함과 낯섦을 함께 드러냅니다.
동물과 책, 구름과 풍선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친근한 이미지입니다.
그러나 김혜경 작가의 화면에서는 그 친숙함 아래에 대립과 단절, 불안과 긴장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높이 쌓인 책 위에 선 강아지와 공중에 떠 있는 풍선은 가벼운 상상의 장면처럼 보이지만, 불안정한 균형 위에 놓인 존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밝고 유머러스한 이미지와 무거운 현실의 감각을 한 화면에 겹쳐 놓으며, 관람객이 그 사이의 긴장을 천천히 발견하도록 이끕니다.
김혜경 작가의 작업은 평면을 넘어 행위와 설치, 시간의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Repetition and Transformation – The Medium Between〉은 반복적으로 쌓이고 회전하는 나무 구조를 통해 매 순간 달라지는 형태를 보여줍니다.
같은 구조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라보는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내부의 형태와 빛, 그림자는 계속해서 변합니다.
반복은 동일한 장면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되고, 시간의 흐름은 작품 안에 또 다른 흔적으로 남습니다.
김혜경 작가는 전통적인 재료와 동시대적인 이미지, 평면과 설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25년 경인미술관 제6관에서 제3회 개인전 《사이의 온도》를 개최했으며, 2023년에는 윤현궁 기획전시실에서 제2회 개인전 《그때, 거기, 서(書)》를 선보였습니다.
2023년 갤러리 일백헌 창작지원 프로젝트 선정 작가로 참여했으며, 2022년 제4회 대한민국민화아트페어에서 개인 부스전을 진행했습니다.
2021년 경인미술관 제5관에서 제1회 개인전 《책, 갈피》를 개최했으며, 애니메이션 《Arthur》, 《X-men》, 《검정고무신》, 《하얀마음 백구》 등 다수의 배경 작업에도 참여했습니다.
평면 회화와 애니메이션 배경, 설치 작업을 오가며 축적한 경험은 사물의 배치와 공간의 흐름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으로 이어집니다.
김혜경 작가의 작품은 2026년 8월 6일부터 9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는 BANK ARTFAIR 수원 소슬금 갤러리 기획 부스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비단 위에 천천히 쌓인 색의 층과 사물 사이에 놓인 거리, 가벼움과 무거움이 공존하는 화면을 현장에서 직접 바라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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