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세 작가
Hwang Eunse

접촉 이후의 흔적을 시아노타입과 사진 이미지로 기록하는 황은세 작가입니다.
Affect to Body
신체의 감응

황은세 작가의 작업은 신체가 어느 공간에 놓이고, 다른 존재와 접촉하며 남기는 감각에서 시작됩니다.
작가는 손과 팔, 피부와 같은 신체의 일부를 단순한 형태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몸이 지나간 자리와 닿았던 순간, 그 안에 남은 압력과 온도를 푸른 이미지 위에 조용히 드러냅니다.
익숙한 신체의 형상은 황은세 작가의 화면 안에서 하나의 기록이자 시간의 흔적으로 전환됩니다.
신체는 움직임이 끝난 뒤에도 접촉했던 장소와 대상 안에 미세한 흔적을 남깁니다.
황은세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을 시아노타입 특유의 깊은 푸른색으로 옮겨냅니다.
서로 마주한 두 손과 이어진 팔의 형상은 몸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관계가 발생했던 순간을 기록합니다.
작품 속 흰색의 신체와 짙은 푸른 배경은 서로 강하게 대비되지만, 하나의 화면 안에서 연결되며 접촉의 순간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Affect to Body〉는
신체가 어딘가에 놓여 있던 순간을
시아노타입의 푸른 표면으로 옮긴 작업입니다.
빛에 의해 이미지가 남는 시아노타입의 과정은 몸이 접촉한 뒤 흔적을 남기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작가는 손과 팔의 형상을 통해 신체의 외형만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머물렀던 시간과 관계의 흔적을 함께 보여줍니다.
각각 분리된 작은 이미지들은 서로 다른 순간의 기록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흐름 안에서 다시 연결됩니다.
황은세 작가의 작업을 이루는 주요 감각은 결, 온도, 접촉 그리고 관계입니다.
신체가 지닌 피부의 결, 손이 닿을 때 전달되는 온도, 대상과 마주하는 접촉,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관계가 하나의 화면 안에 겹쳐집니다.
작가는 눈앞에 보이는 형상을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형상 주변에 남은 시간의 층위와 감각의 여운을 바라봅니다.
〈Hands〉에서 황은세 작가의 시선은 신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손의 방향과 나뭇가지의 선, 자연의 움직임은 서로 닮은 감각으로 이어집니다.
손가락처럼 뻗어나가는 나뭇가지와 그 사이에 머무는 새의 형상은 신체와 자연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보여줍니다.
작품의 테두리와 고정 장치, 고르지 않은 표면 역시 이미지가 만들어진 과정과 물질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대지의 표면과 주름은 오랜 시간이 지나며 형성된 또 다른 신체처럼 읽힙니다.
황은세 작가는 흙과 암석의 굴곡, 층층이 이어지는 표면의 흐름을 통해 자연이 지닌 시간의 결을 바라봅니다.
검고 깊은 주름은 단순한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축적된 시간과 움직임이 남긴 흔적입니다. 신체의 피부와 대지의 표면은 서로 다른 대상이지만, 시간에 의해 변화하고 흔적을 간직한다는 점에서 연결됩니다.
오래 바라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사구주름〉에서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모래의 선은 피부의 주름처럼 보이기도 하고, 물결이나 바람이 지나간 자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황은세 작가는 거대한 풍경을 설명하기보다 그 안에 존재하는 미세한 표면과 흐름을 따라갑니다.
자연 위에 남겨진 가느다란 선은 바람과 시간이 함께 만들어낸 감각의 기록입니다.
황은세 작가의 작업에서 대지는 고립된 배경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안개와 물, 나무와 풀, 서로 다른 지형은 하나의 풍경 안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형성합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물길은 양쪽의 대지를 나누는 경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서로를 이어주는 통로가 됩니다.
작가는 신체와 자연, 개별적인 존재와 주변 환경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황은세 작가의 작은 푸른 장면 안에는 몸의 압력과 접촉의 온도, 사라진 시간이 함께 남아 있습니다.
푸른 나뭇가지와 그 사이에 머무는 새의 형상은 자연의 장면인 동시에 신체의 혈관이나 감각의 흐름처럼 읽힙니다.
황은세 작가의 작업은 신체와 자연을 서로 다른 대상으로 구분하기보다, 접촉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존재하는 관계로 바라봅니다.
* 본 게시물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소슬금 갤러리는 작가의 사전 동의를 받은 범위 내에서만 이미지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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